암호화폐란 무엇인가
암호화폐란 중앙 발행기관 없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장부에 소유권이 기록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은행이 잔액을 보관하는 대신 전 세계에 흩어진 컴퓨터들이 같은 장부의 사본을 나눠 갖고, 암호 기술로 위조를 막는다.
코인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차트가 아닙니다. 내가 산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주식은 회사의 지분이고 부동산은 땅과 건물인데, 코인은 무엇일까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합니다.
- 암호화폐의 정확한 정의와, 흔히 오해하는 '전자화폐'와의 차이
- 은행 장부와 블록체인 장부가 어떻게 다른가
-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의 실제 의미 — 비트코인 2,100만 개
- 코인과 토큰의 구분, 그리고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
암호화폐의 정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암호(crypto)와 화폐(currency)를 합친 말입니다. 이름에 화폐가 들어가지만, 실제로 이 자산을 규정하는 핵심은 화폐가 아니라 기록 방식에 있습니다.
우리가 은행 앱에서 보는 잔액은 은행이 자기 서버에 적어둔 숫자입니다. 은행이 그 숫자를 보증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믿습니다. 반면 암호화폐의 잔액은 특정 회사의 서버가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컴퓨터가 똑같이 나눠 갖고 있는 장부에 적혀 있습니다.
화폐인가, 자산인가
이름은 화폐지만, 실제로 물건을 사는 데 쓰이는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의 보유자는 결제 수단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화폐가 갖춰야 할 조건을 대입해 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 가치 척도 — 하루에 10% 움직이는 물건으로 가격표를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 교환 매개 — 받는 쪽이 가격 변동 위험을 떠안아야 합니다.
- 가치 저장 — 이 항목만큼은 지지자와 비판자의 견해가 갈립니다.
그래서 각국 제도권에서도 대체로 화폐가 아니라 자산으로 다룹니다. 한국에서도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화폐를 사는 게 아니라 가격이 변하는 자산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잔액을 기록하는가
암호화폐에는 ‘내 지갑 안에 코인이 들어있는’ 구조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건 거래 기록의 연속이고, 잔액은 그 기록을 처음부터 더한 결과입니다.
각 블록은 앞 블록의 지문(해시)을 안에 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거래 하나를 고치면 그 블록의 지문이 바뀌고, 그 지문을 품고 있던 다음 블록도 어긋나고, 연쇄적으로 그 뒤 전부가 어긋납니다. 과거를 고치려면 그 뒤 모든 블록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그 사이에도 네트워크는 계속 새 블록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근거입니다.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뜻
비트코인의 최대 발행량은 2,100만 개로 프로그램에 못 박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판단에 따라 통화량을 늘리는 것과 달리, 규칙을 바꾸려면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가 동의해야합니다.
새 비트코인은 채굴 보상으로만 나오는데, 이 보상은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듭니다.이를 반감기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신규 공급은 시간이 갈수록 줄고, 2,100만 개에 점근합니다.
코인과 토큰의 구분
둘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지만, 기술적으로는 구분됩니다.
코인
자기 블록체인을 갖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네트워크 자체를 유지하는 데 쓰입니다.
토큰
남의 블록체인 위에 얹혀 발행된 것입니다. 이더리움 위에 만들어진 수많은 프로젝트가 여기 해당합니다. 별도의 채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발행됩니다.
가격은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암호화폐에는 주식의 실적 발표 같은 가치 산정의 공식 기준이 없습니다. 가격은 전적으로 그 순간 사겠다는 주문과 팔겠다는 주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같은 종목이라도 거래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거래소는 각자 별도의 주문 장부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큰 금액을 한 번에 주문하면 원하는 가격에 다 체결되지 않습니다. 첫 호가의 물량을 다 먹고 나면 다음 호가로 넘어가며 체결가가 밀립니다. 이 차이를 슬리피지라고 부르며, 거래량이 적은 종목일수록 커집니다.
정리
- 암호화폐는 중앙 발행기관 없이 분산 장부에 소유권이 기록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 이름은 화폐지만 실제로는 가격이 변하는 자산으로 다뤄지고, 제도권도 그렇게 분류한다.
- 잔액이 아니라 거래 기록이 블록으로 쌓이며, 앞 블록의 지문을 품기 때문에 과거를 고칠 수 없다.
- 비트코인은 2,100만 개가 상한이며 채굴 보상은 약 4년마다 절반이 된다.
- 발행량 제한은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 수요가 사라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 코인은 자기 체인을, 토큰은 남의 체인을 쓴다. 출금 네트워크를 잘못 고르면 자산을 잃는다.
- 가격은 호가창에서 매수·매도 주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해지며, 거래소마다 다를 수 있다.